예를 들어보자.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30대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말콤은, 김해에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구하고 어떤 작업을 주로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또는 유아 자녀가 있는 디자이너들의 사고방식과 그들이 가정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경기도에 사는 네이티브 개발자들이 여가 생활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을 문화인류학적으로 연구한 민족지가 있다면,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디자이너가 인류학적 사고를 배우는 것은 결코 어색하지 않다.
(1)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하나의 기준으로 묶일 수 있는 어떠한 사회 공동체의 일상적인 경험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연구 기술이며, 단순히 행동이나 현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러한 행동들의 기저에 깔린 의식구조나 의도까지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에스노그라피는 디자인 리서치에 섀도잉, 관찰 조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 등의 형태로 적용되었다.
레시피만 보고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보다, 양파의 단맛과 익힘 정도, 굵은 고춧가루와 고운 고춧가루의 차이를 알고 요리하는 요리사의 음식이 실제로 더 맛있다. 디자이너도 스스로가 수행하는 디자인 리서치의 뿌리를 알고 사용자 분석에 임할 때 더 좋은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선택적으로 인류학적 마인드셋을 활용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되었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사용자 분석을 더 오류가 적고 편향되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 적은 실패를 겪으면서 빠르게 성공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